JUNE CHOI

13th MY DREAM

I am pumpkin so I am happy

언니의 그림을 감상하며
최서윤(Yale University British Museum Conservator)

 언니는 생명을 중시한다. 태어난 아기들 뿐만아니라 태어나지 못한 생명도 생각한다. 생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는지 그 관계와 원리에 관심이 많다. 언니에겐 어두운 주제마저도 아름답게 승화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 그래서 그림이 늘 밝다. 슬퍼도 남을 위해 웃고 남을 도우며 살아온 언니의 모습을 이 그림들이 많아 닮아있다.

 언니의 그림 속에는 깊은 내면과 다양한 사색의 소재들이 수수께끼 같이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언니의 그림은 처음엔 멀리서 색감과 구도를 보고 점점 앞으로 다가가며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좋다. 큰 생명체 속에 수많은 작은 세계가 포함되어 있고 그 속에는 또한 수많은 더 작은 생명들이 생로병사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커다한 나무부터 아주 작은 메추라기 알까지 그림 속에는 신기하고 재밌고 예쁜 모티프들이 가득하다. 큰 그림 속에서 하나씩 그걸 찾아내고 생각해 보는 과정이 마치 놀이처럼 즐겁게 느껴진다. 모티프들 하나하나에는 숨겨진 의미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런걸 전혀 모르고도 예쁘고 밝은 그림을 보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조금 시간을 내어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림 하나하나 속에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스토리와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해온 감정이 녹아있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처음엔 ‘아 예쁘네?’하고 바라봤다가 의미를 알게된 순간 어느새 뜨거운 감정이 마음속에 잔잔한 샘물처럼 고여 오는걸 느끼게 된다.

 언니의 그림은 밝은데 무게가 있고 화려한데도 깊이가 있다. 언니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손 내밀면 언제나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내 시린 마음을 따뜻이 다독여 줄 거라는 확신이 들 것 같다. 무겁거나 어둡지 않게, 밝고 친절하고 장난기 있는 사랑의 마음으로 슬픈 당신을 웃게 만들어 줄 그런 사람.

 작은 소재들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다. 언니는 잠재의식에서 이 소재들을 꺼내 천천히 화려하게 그림을 채워 나간다. 어찌보면 그림 하나하나는 언니의 의식과 잠재의식의 교차점에서 언니가 소망하는 세계를 혼합해 화폭에 담은 삶의 기록이자 세상을 향한 메세지이기도 하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 그림들 속에는 불교의 무진연기(無盡緣起)의 원리가 자연스레 녹아 있어 나는 참으로 이 그림들이 좋다.